우당탕탕 미국간호사로 살아남기

미국 간호사가 생각하는 미국 간호사의 장점

얌얌외노자 2022. 6. 18. 20:12

 

한국에 많은 간호사들이 미국 간호사 현실에 대해 정확히 알고 오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생각하는' 미국 간호사의 장점과 단점을 써볼까 한다.

1. 간호사 일만 하면 된다.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이것이 장점이 되다니... 슬프다. 한국에서 간호사는 업무가 수십 개다.

간호사로 간호사 업무는 물론 잘해야 하고, 주사도 잘 놔야 하고, 청소도 잘해야 하고, 물건 정리도 잘 해야 하고, 주변 정리도 잘 해야 하고...

그 와중에 환자, 보호자에게는 친절한 간호사여야 하며, 환자 이송도 잘해야 하고, 단순 심부름도 빠르고 신속하게 처리해야 한다.

난 이게 너무 싫었다.

간호사가 왜 병원 인증이라고 청소하고 쓸고 닦고 정리해야 하나? 환자 보기에도 바빠서 화장실 못 가고 밥도 못 먹고 일하는 간호사가 얼마나 많은데. (물론 일하며 주변 정리 너무 중요하다. 나 또한 일할 때 지저분한 것 너무 싫어해서 정리하며 일하는 스타일)

하지만 내 주변 정리와 병동 청소는 다르다.

인증이라고 데이 근무 끝나고 여기저기 닦고 청소하는 나를 보면 가끔 현타가 왔다.. 내가 간호사인지 청소부인지.

또 왜 물건 정리는 내가 해야 하나? 환자 이송은 또 내가 왜 해??

급할 때만 간호사들이 한다면 백 번 이해하지만 평소에도 간호사가 하다 보니 그렇게도 병원이 돌아가고 그러니 병원은 보조인력에 대해 돈 쓸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없으면 간호사들이 하게 되어있으니까.

간호사가 동네북도 아니고 할 사람 없으면 간호사한테 떠넘기기, 열받는 건 또 간호부가 병원장, 행정파트 눈치 보느냐 가만히 있는다. 자기들이 할 거 아니니까..

그러니까 간호사들이 다 도망가지... 에휴....

본론으로 돌아와서, 미국에서는 간호사는 간호사 업무만 하면 된다.

청소해야 하면 housekeeping 연락하면 되고, 물건 없으면 supply 연락하면 걔네가 와서 물건 채워주고, 이송해야 하면 transport 연락하면 되고(물론 요새는 short staffing 때문에 없는 경우 많음).

2. 오프가 많다, 페이에 정확하다.

여러 가지 스케줄로 간호사들이 일하지만 주로 대부분 병동 간호사들은 하루 12시간 근무, 주 3일 형태로 일한다.

우리나라도 원칙적으로는 주 40시간 근무로 알고 있으니 이것보다 조금 적은 주 36시간 근무이다.

그러나 미국은 정말 36시간만 일하고 한국은 40시간 이상 일하는 것이 문제지만.

일주일에 3 일일 하고 4일 쉬니 스케줄만 잘 짜면 휴가를 쓰지도 않고 8일 오프가 가능한 스케줄이 나온다.

미국은 출퇴근 시간에 클락인 클락 아웃이라고 내가 출퇴근한 시간을 기록한다.

한국으로 따지면 내 사번을 이용해서 출퇴근 시간을 전산으로 기록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기준으로 내가 일한 만큼 돈을 준다.

점심 못 먹고 일했으면 돈으로 준다, 쉬는 시간 못 가면 그것도 돈으로 준다.

주 40시간 이상이 넘으면 내가 계약한 시간 외에 오버타임이므로 시급 1.5배 준다.

미국은 정말 일한 만큼 준다. 내가 해야 하는 시간보다 더 하면 그만큼 돈으로 보상한다.

내가 한국에서 일했던 병원은 인계 시간 포함 평균 데이 9시간, 이브닝 9시간, 나이트 10시간씩 일했다. 적어도 주 5시간씩은 오버타임을 했다는 소리.

데이는 인계 주고 나면 이브닝이랑 나눠서 입원받고, 이브닝은 바빠서 늦게 퇴근하고 했던 일이 다반사이기에 적어도 5시간으로 표현.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한국처럼 45-50시간 점심도 못 먹고 화장실도 못 가게 최소한의 인력 배치로 일 시키면서 40시간치만 돈 주지 않는다.

한국도 얼른 클락인 클락 아웃 같은 제도가 생겨서 간호사들이 일한 시간만큼 공정하게 월급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만 (그럴 일 없겠지. 무슨 트리거가 있지 않은 이상 병원이 미쳤다고 자진해서 간호사 임금을 더 줘야 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나)

3. 스케줄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병원마다 근무 스케줄 짜는 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첫 번째 병원에 경우 완전 셀프 스케줄링이었다.

간호사 이름 쭉 적어놓고 4주씩 정해진 날짜까지 자기가 일하고 싶은 날 체크해 놓으면 된다.

웬만하면 그대로 나오고 만약 내가 원한 날짜에 안되면 나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다른 일할 수 있는 날 있는지 물어봤다.

만약 안되면 그냥 당일 전화해서 못 간다고 하면 된다. 이유도 안 물어본다.

이거에 안 좋은 점은 매일매일 땡땡이치고 싶다는 것^^

아픈데 낑낑거리면 나갈 필요 없고, 스케줄 안 나와서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내가 내 오프 신청하면서 다른 사람들 눈치 볼 필요도 없고.

간호사로 살면 한 달 근무 스케줄에 따라 나머지 약속을 잡고 계획을 세우기에 간호사들에게는 근무 표가 너무나 중요하다.

조금 다른 길로 빠지자면 3번 같은 스케줄에 대해 미국이 조금 더 flexible 할 수 있는 이유가 한국과 미국의 staffing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

미국은 간호사의 경우 staffing을 병원 전체로 공유한다.

한국처럼 미국도 대부분 자기가 일하는 병동이 정해져 있지만, 만약 다른 병동에 간호사가 부족하면 그날 다른 병동에 가서 일할 수도 있다.

또 float pool이라는 position의 RN이 있는데, 이들은 한 병동에 속해 일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간호사 부족한 병동에 가서 일하는 형태의 position이다.

다른 또 하나의 형태는 Per diem, 즉 PRN 간호사들.

그날 근무가 배정된 regular employee 간호사들이 너무 부족하고, float pool 간호사로도 채워지지 않으면 PRN 간호사들에게 연락한다.

일할 사람 필요하니 일하고 싶은지 PRN들에게 연락하는 거다. 대신 그들은 시급을 더 많이 받는다.

이런 시스템으로 돌아가기에 당일 sick call(당일 전화해서 몸이 아프거나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근할 수 없을 것 같다고 알리는 것) 이 가능한 것 같다. 이유도 안 물어보고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또 이렇게 간호사들이 다른 병동을 가서 일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처럼 오더에 없는 그 병동에서만 하는 루틴 같은 잡들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예를 들면 출근해서 막내가 안티 믹스해놓기 이런 거? POD 2일에 주로 H/V remove 등등등 오더는 없지만 그 병동에 일하는 간호사들끼리 암묵적으로 알아서 해야 하는 것들.

미국은 철저히 오더에 따라 일하기 때문에 어느 병동에 가서도 일할 수 있는 것 같다.

 

내가 미국에 와서 간호사로 일하며 한국에서 일하던 때와 비교해 가장 만족스러웠던 세 가지를 장점으로 적어봤다.

개개인의 생각은 모두 다르고 느끼는 점은 모두 다르니 그냥 '나'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감수하고 읽어주시길!

 

미국 간호사 단점이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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