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와서 힘들었던 부분이 당연하겠지만 바로 영어다.
한국에선 내 영어가 장점이었는데 미국에 오는 순간 그 장점이 단점으로 변해버려서 너무 힘들었던.
그래서 영어가 장점이 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려면 미국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었다.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영어를 할 줄 안다고 까불고 미국에 왔나부터.. 언어 때문에 나 혼자 참 여러 가지 생각을 했었다.
미국에 와서 나의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게 쉽지 않았는데, 그래서 그랬는지 '아 나도 영어 하나만이라도 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다.
그런데 워싱턴주로 이사 오고 나서 이 생각이 점점 바뀌고 있다.
최근의 에피소드를 한 가지 예로 들자면, 한국인 환자가 입원했는데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만 가능한 정도였다.
차지 널스가 Preferred language 가 한국어인걸 보고 그 환자를 나에게 어사인 했다.(굳이... 그럴 필요 없었는데....)
그래도 맹장염으로 입원해서 당일 수술 예정이었던 비교적 심플한 케이스였다.
입원할 때 환자에게 하는 기본적인 질문들과 어세스를 하고 나니 당일 수술할 담당 외과의가 왔다.
담당 의사가 수술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하는데 의사소통이 안되니 이런 경우에는 interpreter을 사용해야 한다. interpreter를 사용해 본 내 경험상 환자와 의사소통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성격 급한 나는 무언가 답답하다.
그런데 내가 환자 방에 있었던 상황이어서,
이 환자 한국어만 할 줄 알아, 필요하면 내가 통역해줄게라고 말하는데 뭔가 찌릿찌릿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이 대화하는데 내가 가운데서 도와줄 수 있다는 점과 내가 영어가 아닌 한국어도 할 줄 아는 2개 국어가 가능한 사람이라는 점이 나를 기분 좋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의사소통을 도와주고 나니 나 나름대로 또 뿌듯했다.
영어만 할 줄 아는 너희보다 나는 어찌 되었던 두 개의 언어를 구사하고 있으니! 이 또한 여기서는 장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조지아 시골 마을에서 일할 때는 나의 모국어가 한국어라는 점이 장점이 되기 굉장히 어려웠다.
한국인 환자를 2년 동안 두 번 정도 봤으니까.
그런데 여기는 한국인 비율도 높고, 병원에서 일하는 한국인 의사, 간호사, 약사도 있고! 한국인 환자도 비교적 자주 만난다.
역으로 나의 한국어가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기 해줬던 병원임에 고맙다!
미국은 땅덩어리가 너무 넓어서 지역마다 분위기도 특성도 너무 달라서, 같은 미국에 있었지만 조지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이런 경험도 워싱턴주에서는 가능했던 것 같다.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받을 때 나 스스로에게 조금이나마 잘하고 있다고 다독일 수 있었던 에피소드 끝.
그래도 영어공부는 열심히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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