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미국간호사로 살아남기

23년 6월) 미국 간호사 일상 - Strike?/Break nurse/Resource nurse 미국 간호사들의 파업

얌얌외노자 2023. 6. 21. 17:17

한국에서 휴가를 보내고 미국으로 돌아와 다시 일하고 있다. 뭐 언제나 그렇지만 쉴 때는 너무 행복하고 다시 일 시작하려면 아주 고역이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여기까지 와서 개고생 중인가라는 생각이 들고(사실 한국에 비하면 개고생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일하기 싫고.. 뭐 반복되는 생각의 패턴이다.

 

요즘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Strike Vote 가 큰 이슈다. Strike, 쉽게 말해 파업이다.

병원 측에 Break nurse와 Resource nurse를 달라는 것이 간호사들의 주장이다.

 

Break nurse

 

현재 병원에서는 간호사 환자 비율이 1:5다. 내 환자는 다섯명, 그런데 내가 식사를 하러 가거나 쉬는 시간을 가지게 되면 내 환자 다섯 명을 동료 간호사에게 커버 해달라고 부탁하고 간다. 콜벨 누르거나 진통제 원하는 경우, Bed Alarm이 울리는 경우 등등 상황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병원에 쉬는 시간은 총 1시간 15분. 점심시간 30분과 15분씩 쉬는 시간 세 번이 있다. 

간호사들에 주장에 의하면 동료에게 부탁하고 휴식시간을 가지면 내가 쉬는 1시간 15분 동안 부탁받은 간호사는 총 10명에 환자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건 간호사에게도 업무 과중이고, 환자 Safety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 간호사측에 주장이다. 그러니까 그 쉬는 시간을 커버해 주는 간호사 즉 Break nurse를 달라는 거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다른 간호사들이 내 환자에 대해 해주는건 진통제 주는 것과 화장실 가는데 도와주는 거? 이 두 개가 대부분인 것 같다.

이 두개도 매번 해주는 게 아니라 정말 어쩌다 가끔 있는 일이다. 대부분에 간호사들은 환자가 언제 다음 PRN 진통제를 줘야 하는지 아니까, 그 약들을 주고 화장실 가는 것도 다 도와주고 환자가 나를 부를 일 없는 그 사이에 대부분 Break를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Break를 가더라도 나와 함께 환자를 담당하고 있는 CNA들이 있기 때문에 투약을 해야 하는 게 아니라면 CNA들이 환자 화장실 이용이나 기타 등등을 도와줄 수 있다. 

병원 측에서는 여태까지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냥 하던 대로 해라라는 입장이다. Break nurse 고용이 결국 병원에 금전적인 손실이니까. 

 

Resource nurse

 

리솔스 널스는 차지널스와는 다르다. 개인이 담당하고 있는 환자는 따로 없고, 병동에 바쁜 간호사들을 도와주는 깍두기 같은 존재다. 

사실 지금도 인원이 충분하면 리솔스 널스들이 가끔 있는데 이걸 항상 달라는 거다. 이 또한 병원 입장에서는 지출 증가이다. 결국 듀티당 필요한 간호사 수가 한 명 늘어나는 거니까.

사실 나이트 같은 경우는 리솔스 널스가 있으면 편하지만 없어도 그냥저냥 할만하다. 그런데 Day shift 같은 경우에는 리솔스 널스가 정말 필수인 것 같다. 미국 병원에서도 밥 못 먹고 일하는 간호사들이 많다. 물론 그 시간들을 결국 돈으로 다 받을 수 있지만 12시간 일하면서 밥도 못 먹는 건 정말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굉장히 짜증 나는 상황이다.

내 생각에는 Day 같은 경우에는 환자수도 5명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예전에는 Day 환자 수가 4명이었는데 간호사가 적어지면서 5명을 보게 되는 경우도 생기다가 결국 5명으로 픽스 됐다고 했다.

업무 환경에 대해 아무런 어필을 하지 않으면 결국 이렇게 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리솔스 널스가 있으면 내가 바쁘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혼자 끙끙거릴 필요 없고, 다른 동료 간호사들 바쁜가 눈치 볼 필요 없이 도움을 요청할 수 있어서 좋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둘 중에 하나 고르자 하면 Break nurse는 굳이 필요성을 잘 모르겠고, Resource nurse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위 사안에 대해 Regular employee, 즉 정규직 직원들이 이틀 동안 투표를 진행한다. 투표 진행 후 간호사들에 파업이 결정되면 파업 시작 전 10일간에 보류 기간? 협상 시간이 있다고 한다. 투표 결과를 두고 병원 측과 간호사 측에 협상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만약 이 기간 동안 타협되지 않으면 간호사들은 파업에 들어간다고 한다. 

내가 일하고 있는 워싱턴주는 간호사 Union 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업 기간 동안 따로 페이를 못 받는다고 한다(파업 기간 동안 Union이 시급을 지급하는 주도 있다고 한다). 즉 무급으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이다.

 

한국에 비하면 화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간호법으로 한국이 시끄러웠는데 결국 법안은 통과하지 못했고, 또다시 잠잠해졌다. 한국도 이 정도로 파업을 해줘야 귓등으로라도 듣지 않을까 싶은데, 간호사가 파업을 한다고 하면 환자들의 건강과 의료진으로서의 책임보다 본인들의 이익을 우선시한다는 비판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겠지. 안 봐도 뻔하다. 

의료진이라고 도대체 어디까지 희생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일하며 적어도 내 요구와 권리는 말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본인들의 요구를 화끈하게 병원에 어필하는 미국 간호사들을 보며 한국에 현실이 조금 씁쓸했다.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파업을 하게 되면 파업기간 동안 일할 간호사들을 급하게 구하는데 Strike nurse라고 한다.

파업을 하게 되면 정규직 간호사들이 쫙 빠지고 Travel nurse들과 Strike nurse들로 채워질 텐데.. 일하다가 모르는 걸 물어볼 간호사들도 없겠다.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파업이 진행된다 해도 Travel nurse인 나는 스스로 잘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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