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미국간호사로 살아남기

22년 7월 미국 간호사 일기) 살다가 남의 오줌에 맞아볼 일이 얼마나 될까..

얌얌외노자 2022. 8. 8. 12:53

나에게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위한 사전 설명

1. 환자가 소변을 보고 싶어 할 때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그중 하나로 침대 옆에서 용변을 볼 수 있게 해주는 Bedside commode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있었던 것 같다!)
이동식 변기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2. 미국 병원 침대
미국 병원 침대는 센서가 있어서 알람을 켜놓으면 환자가 침대 밖으로 나가려고 하거나 벗어나려고 할 때 침대 자체의 알람이 울리고 담당 간호사 개인 전화가 울린다. "Bed exit" 누군가 침대를 벗어나려고 시도중이란 얘기다.
낙상 예방을 위해 환자 Bed alarm을 항상 켜놓게 되어 있는데, 한국에도 이 침대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하지만 비싸다는 게 문제)

3. 환자 대소변 치워주기
한국에 내가 일했던 병원은 조무사님들 두 분이 한 팀으로 일하셔서 아주 바쁜 시간이 아니라면 대부분에 환자 용변을 치워주시거나 화장실 가게 도와주는 일들은 조무사님들이 하셨지 나의 메인 업무가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은 CNA들이 몇 호~ 몇 호 이렇게 일하기 때문에 혼자서 대 소변을 치우거나 체위변경을 할 수 없으면 간호사가 안 도와줄 수가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환자들 소 대변 치워주는 게 간호사에 메인 업무 중에 하나라고 느껴질 정도. 한 쉬프트당 8-10번은 기본인 듯.
초반에 미국 와서는 정말 내가 이런 거 하려고 그 개고생을 하면서 미국에 왔나? 싶을 정도였다.


이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A 환자는 내 환자는 아니었고 베드 알람이 울려 달려갔다. 주로 콜벨을 누르거나 하면 담당 간호사가 가게 내버려 두거나 신경 쓰지 않지만, 이렇게 알람이 울리는 경우 내 환자 다른 간호사 환자 할 것 없이 우선 가서 확인한다.
환자는 베드사이드 커모드를 사용하려고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고.... 그 와중에 환자가 위태위태 불안정해서 장갑 낄 시간도 없이 손 끝으로(?) 혹시나 넘어질지도 모르는 환자를 잡으려고 하는 찰나..... 환자가 소변을 참지 못하고 베드사이드 커모드에 앉기 전에 소변보기를 시작했다.

그 결과 그 옆에 있던 나의 다리와 신발에 소변이 다 튀었고........ 쉬프트 반도 지나지 않아서..... 내 스크럽은 보이지 않는 소변을 뒤덮은 채 아주 찝찝했다.
그 옷 입고는 찝찝해서 일 못하겠다 싶었다. 차지 널스에게 나 집에 가야겠다(장난식으로 말하니) 이 옷 입고 일 못하겠다고 하니 어딘가에 연락해서 수술실에서 입는 스크럽을 가져다줘서 그날은 그 스크럽을 입고 일했다는.... 슬픈 이야기.
사람이 살면서 남의 오줌 맞는 일이 도대체 몇 번이나 있을까... 그래 간호사에게는 흔할 수 있는 일이지....
난 분명 검은색 스크럽을 입고 출근했는데... 대부분에 근무를 이 옷을 입고 일했고... 양말도 버리고 환자들 낙상 예방 양말 신고 근무.. 신발은 물티슈로 거의 빤 수준으로 닦아냈지만... 당시에는 찝찝했지만 지금 보니 웃기다ㅋㅋ

 

미국간호사
그 와중에 웃기니까 사진은 찍어달라고 함.


사실 그 일이 있고 담당 간호사에 태도가 약간 거슬렸다.
우선 다른 간호사가 내 환자 봐주다가 그런 일을 당하면 괜찮냐? 미안하다, 고맙다 이런 멘트가 상식적으로 먼저 나와야 하는 건데, 그 간호사는 널스 스테이션에서 다른 간호사들에게 "얌얌이 간호사는 어떻게 장갑도 안 끼고 환자를 만지지?? 자긴 절대 그렇게 못한다, 약간 역겨워.. " 이런 말을 하는데 오잉?
그 환자 뭐 몸에 똥칠을 해놓은 것도 아니고, 안 보이는 찝찝함이야 물론 있지만..
"손이야 지나고 나서 씻으면 되지만 너 환자 넘어지면 그건 못 되돌려"하니까 자긴 그래도 장갑부터 끼겠다는 간호사...
뭐 할 말 없어서 노코멘트하고 옷 갈아입으러 다녀왔다. 그날 느낀 건 저런 간호사처럼 하지 말아야지보다는 (이미 그런 간호사들을 너무 많이 봤기에) 미국이나 한국이나 생각하고 말하자! 가 나의 느낀 점. 아무 생각 없이 말을 내뱉고 나면 결국 다른 사람들에게 나에 대한 긍정적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 많이 심어주기에.. 그러지 말자.
하여튼 그다지 기분 좋지 않았기에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 앞으로는 환자가 베드사이드 커모드 이용할 때 스스로 거리두기에.. 신경 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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