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미국간호사로 살아남기

22년 8월) 미국 간호사로 일하며 겪는 소소한(?) 인종차별

얌얌외노자 2022. 8. 27. 14:11

나는 한국에서 자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니 당연하게도 내 영어에는 한국인 액센트가(?) 있다.
외국인을 많이 접하지 못하는 지역에 가면 더 티 날 테고, 그래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워싱턴 주는 다인종이 모여사는 지역이라 조지아에서 느꼈던 만큼에 내가 이방인이라는 기분을 느끼진 않는다.

최근에 내가 본 환자의 보호자와 있었던 일이다.
누군가 나를 찾는다고 해서 갔더니
본인을 "안녕 나 의사 땡땡이야"라고 소개했다.
그래서 순간 이 사람이 이 환자의 담당의사인가? 생각이 들었는데, 나는 나이트로 일하고 있기에 담당의사가 이 시간에 와서 나를 찾는 게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다시 물어보니 자기는 이 환자의 아들이라고 말했다.
???????????????????
누가 자기소개를 이딴 식으로 하지라는 생각은 했지만 우선 넘어갔다.

그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보호자가 내 특정 단어 발음을 내 앞에서 Correction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해하기 쉽게 이 상황을 설명해보자면,
나: 이건 바나나야
보호자: 응??? 아!! 버네너?? 버네너 말하는 거지?
이런 상황.

근데 이게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에 문제가 될 수 있고, 미국은 인종차별에 굉장히 민감하고 예민하다.
저 상황에서 머릿속으로는 "쟤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환자 상태가 좋은 게 아니라서 우선 거기서 그걸 걸고넘어지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또 하나는 어찌 됐던 나에게 영어는 내 가장 큰 weakness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정말 내 영어가 잘못된 건가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었다.

결국 지나고 나서 보호자가 자기가 너무 예민했다고 나에게 사과했지만, 뭐 이미 일어난 일 사과하면 없었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또 여기서 하나 생각한 건, 한국에서 일할 때도 환자 상태가 안 좋거나 보호자가 너무 스트레스받으면 가끔 간호사한테 그걸 쏟아붓는 보호자나 가족들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너무 기분 나쁘고 물론 잘못된 거 알지만, 지금 처해 있는 상황들이 가족들에게 너무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구나 생각할 수 있었는데(그렇다고 열 안 받는 건 아님!! 간호사가 동네 북도 아니고..!!) 이것도 아주 정확하게 그런 상황이었는데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데 단지 나의 영어를 사용했을 뿐, 그리고 그게 나의 약점이어서 괜히 더 기분 나쁘고 주눅 들었던 것 같다.
그런 보호자에 감정을 캐치하지 못하고(물론 그 아들이 백번 잘못된 방법을 택했지만) 내 감정에만 사로잡혀 있었던 게 조금 나 스스로 아쉬웠다. 신규 간호사도 아니고....

어찌 되었던 나는 외국인이고,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이 모국어로 영어를 쓰지 않는 사람들에 기분을 가장 나쁘게 하는 방법이 우리의 영어 발음을 언급하는 것임을 너무 잘 알기에, 그들이 잘못된 방법으로 나를 기분 나쁘게 하려고 영어를 지적하고 언급해도 쿨하게 넘어갈 수 없는 현실이 웃프다 ㅋㅋㅋㅋㅋ
하여튼 이런 사소한 인종차별(?)부터 정말 대놓고 하는 인종차별까지 참 다양하다.
조금 더 단단해지고, 영어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던 이번 달 그다지 기분 좋지 않았던 에피소드.
미국 간호사 겉에서 보기에 참 좋아 보이고 멋있어 보이지만 이런 에피소드들을 겪으며 마음 아프고 속상하지만 그럴수록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너네는 영어밖에 못하잖아! 난 영어도 하고 한국어도 한다고!라는 마인드로 내 멘탈관리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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