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미국간호사로 살아남기

미국 병원 간호사 오리엔테이션/미국 병원에서 프리셉터 하기/프리셉터 페이

얌얌외노자 2023. 12. 16. 17:02

미국에 와서 프리셉터는 이번이 세 번째다.
첫 번째는 미국인 신규 간호사였고, 두 번째는 중국계 신규 간호사(개인적으로 제일 힘들었다), 이번에는 경력직 간호사로 사우디와 영국에서 일하다가 미국으로 온 인디아 친구였다. 처음으로 했던 프리셉터는 시간이 너무 오래돼서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지금 하고 있는 프리셉터 기준으로 미국병원 프리셉터에 대해서 적어볼까 한다.
한국처럼 미국도 주로 프리셉터가 한 명으로 지정되어 있긴 하지만 중간에 사정이 있으면 다른 간호사와 일 하기도 한다.

 

<기간>

 
기간은 신규이냐 경력직이냐에 따라 다르다.
지금 하고 있는 친구는 경력직이긴 하지만 미국 내 경력이 없기 때문에 부분적으로 신규 간호사로 취급하는 것 같다.



잠깐 다른 얘기로 빠져서 미국 차팅 시스템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미국은 한국처럼 병원마다 자체 차팅 시스템을 쓰는 게 아니라 미국 내에서 많은 병원들이 주로 사용하는 차팅 시스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epic, cerner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도 에픽이 가장 대표적이지 않을까 싶다.
미국 애들은 학교 다닐 때부터 실습하며 비슷한 차팅 시스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병원마다 차팅시스템이 다른 것이 아니라 대부분에 많은 병원들이 에픽을 사용하고 있으니 졸업하고 일할 때도 차팅에 대한 어려움이 우리나라처럼 크지는 않은 것 같다.
한국에서는 실무도 차팅도 함께 익혀야 하기 때문에 신규생활 중에 그 부분이 가장 스트레스였던 것 같은데 미국은 학생 때 이미 차팅 시스템에 웬만큼 노출되고, 병원마다 다른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같은 차팅 시스템을 사용하기에 학생일 때 학습하고 익히기에 더 좋은 환경인 것 같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런 이유로 인해 경력직이긴 하지만 미국 내에서 경력이 없는 간호사들은 신규와 거의 비슷한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준다. 대부분 오리엔테이션 기간은 3개월. 나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11주 정도인가 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이 11주도 너무 길어서 힘들었다. 


3개월 동안 교육간호사가 신규 간호사들을 지속적으로 팔로업한다. 지금 일하고 있는 병동에서 최근에 새로운 간호사들을 대거 고용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거의 매일 교육간호사가 돌아다니면서 신입 간호사 본인에게 어땠는지 물어보고 같이 일한 동료 간호사에게도 새로운 간호사에 대해 피드백을 듣는다. 서로 걱정되는 부분이나 힘든 부분은 끊임없이 업데이트하고 그 문제점에 대해 피드백을 준다.
그리고 3개월에 오리엔테이션 기간이 끝났는데 만약 신입 간호사 스스로 혼자 일할 자신이 없고 불안해하면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연장해 준다.
그 누구도 빨리 독립해야 한다고 푸시하거나 재촉하지 않고 스스로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문화인 것 같아 그 점은 너무 좋은 것 같다.👍👍


<프리셉터페이>


미국은 매니저급이 아니면 대부분 연봉제가 아니라 시급제이다. 나 또한 시급으로 계약하고 일하고 있어서 내가 일한 시간만큼 정확히 페이로 받는다.
병원마다 그리고 주마다 다르지만 조지아에 있던 병원에서는 프리셉터 페이가 시간당 1불이었고(2020년), 현재(2023년) 일하고 있는 워싱턴주에 병원은 시간당 2불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병원에 정규 직원이 아닌 트레블 널스로 일하고 있어 페이를 병원이 아닌 에이전시로부터 받고 있고 에이전시에서 프리셉터 페이는 따로 지급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재 받고 있는 프리셉터 페이는 없다.
트레블 널스는 3개월씩 짧은 기간 병원과 계약할 수 있고, 일하는 병원이 맘에 들지 않으면 약 13주 근무 후 다른 병원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러니 대부분 병원 policy등에 익숙하지 않은 간호사들이 많기에 원칙적으로는 트레블 널스들에게 프리셉터를 시키진 않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현재 병원에서 세 번째 계약이 거의 끝나가고 있고, 트레블 널스 치고는 비교적 긴 기간 이 병동에서 일하고 있어 나에게 프리셉터를 부탁한 것 아닐까 추측한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다른 애들은 2불씩 받는 프리셉터 페이를 나는 못 받고 있으니 내가 원하지 않으면 프리셉터를 거절할 수 있다고 한다.
나이트 차지널스가 매니저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겠다고 했고, 마침 그날 퇴근하는데 매니저가 일찍 출근했길래 내가 먼저 말할 수 있었다.
내가 프리셉터 하면서 너희를 도와줄 수 있는 건 너무 기쁜데 한 명을 담당하며 지속적으로 프리셉터 하는 것은 괜찮지만 매번 오리엔티가 바뀌는 건 일할 때마다 같은 것을 계속 설명해야 해서 일하는데 힘들다, 그리고 네가 알다시피 나는 프리셉터 페이를 받을 수 없다 그러니 지금 지정되어 있는 간호사에 프리셉터는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는 다른 오리엔티와 어싸인을 같이 주지 않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매니저 왈,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매 듀티마다 어싸인을 짜는 차지널스들에게 업데이트해서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 이후로 나는 새로운 오리엔티와 일하지는 않고 인디아 친구와만 일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하라고 하면 해야 하는데, 내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면 거절할 수 있는 이런 미국에 문화 참 좋다.


<프리셉터 과정>


이것도 대부분 한국과 비슷하다. 오리엔테이션 기간 중 신규 간호사가 꼭 보거나 리뷰해야 하는 항목들이 책자로 있다. 그리고 그 항목을 관찰하거나 직접 수행한 경우 그날 날짜와 담당한 프리셉터 이니셜을 적게 되어있다. 이런 식으로 모든 항목을 다 채워야 한다.
하지만 병동 특성상 볼 수 없는 케이스들이 종종 있는데 가장 대표적인 예가 Tracheostomy 인 것 같다. 대부분 Tracheostomy를 가지고 있는 환자들은 PCU나 ICU 케어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니 내가 일하는 일반 병동에서는 보기 힘들다. 이런 경우에는 병원 시스템 내에 있는 교육자료나 동영상을 이용하여 같이 리뷰하게 되어있다.

프리셉터 과정과 방법은 프리셉터의 권한이고 스타일이기 때문에 모두 다르지만 대부분 비슷한 흐름으로 진행되는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신규간호사의 경우 한 달 정도 같이 쉐도잉 하며 모든 걸 함께 했다.
첫 주, 둘째 주는 시간마다 해야 하는 것들을 내가 직접 하며 설명하고 질문하도록 했고 쉬운 것부터 스스로 하게 도와줬다. 셋째 주부터는 내가 옆에서 봐주며 신규 간호사가 메인이 되어 직접 할 수 있게 도와줬다. 내가 옆에 있으니 궁금한 건 바로바로 물어볼 수 있고, 놓치거나 잘못된 건 바로바로 피드백 줄 수 있으니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이런 과정을 매 쉬프트 반복하며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시간 흐름에 따른 해야 하는 일에 대해 익숙해진다. 오리엔티에게 그동안에 오리엔테이션 과정에 대해 물어보고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하면 5명 중에 한 명씩 어싸인을 시작한다.
쉐도잉이 끝나고 첫째 주는 한 명만 담당하게 하고 그 한 명에 대해서는 투약, 차팅, 노티에 대해 모두 담당하도록 한다. 나는 다른 네 명의 환자를 담당하며 모르거나 궁금해하는 거 답해주고, 도와주며 차팅도 함께 더블체크 한다. 한 주에 주로 3일 일하고 한 명의 환자를 담당하며 세 번 일하는 것이기에 익숙해지고 차팅 하는데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된다.
한 주가 지나고(세 번의 shift) 두 번째 주가 시작될 때 지난주에 환자 한 명을 담당하며 어땠는지, 벅차지는 않았는지 시간이 부족하진 않았는지 부담스럽거나 업무 강도가 스트레스이진 않았는지 등등을 확인하고 괜찮다 하면 두 번째 주부터는 두 명을 어싸인하기 시작한다.
이런 식으로 매주 환자를 한 명씩 늘리며 5명까지 모두 케어할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데 그 중간에 절대 재촉하거나 푸시하지 않는다.(조지아주에서는 간호사 한 명당 환자 6명, 워싱턴주에서는 5명)
경험상 1명, 2명, 3명까지는 매주 문제없이 늘려갈 수 있는데 3명에서 4명으로 넘어갈 때 그리고 4명에서 5명으로 넘어갈 때 1주 이상에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환자수가 많아지면서 같은 시간 내에 해야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그러니 time management에 대해 연습이 필요한 것 같다.  대부분 큰 문제가 없는 경우 5명 어싸인으로 2-3주 정도 익숙해지는 시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3달, 즉 12주는 충분한 것 같다.

<프리셉터 마무리>


교육간호사와 메니져가 프리셉터 과정에 대해 함께 평가하고, 서로에 대해서도 평가한다.
오리엔테이션 간호사와 면담하며 스스로 독립에 대해 준비가 되었는지 물어보고 이 때는 정말 사실대로 말해도 된다. 간호사 스스로 준비되지 않은 것은 결국 환자 안전과 관련된 부분이라는 인식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 절대 강요나 푸시는 없다. 만약 스스로 준비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오리엔테이션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그리고 프리셉터와도 간단한 면담을 한다. 프리셉터가 생각하기에 오리엔테이션 간호사가 준비가 되었는지, 일하며 우려되거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는지.. 두 간호사에 의견에 따라 어느 한쪽이든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연장한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적당한 시기가 되면 오리엔테이션이 마무리된다.



글을 시작할 때와 다르게 적다 보니 적을 내용이 많았다.
처음에는 내가 누군가를 가르칠 능력에 영어가 안된다고 생각했고 부담됐는데, 하다 보니 내 영어도 늘고 나도 배우는 게 있어 서로에게 윈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나에게 부탁하면 굳이 거절하지도 않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프리셉터 할 만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괜찮은 간호사구나 생각도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
물론 혼자 일할 때보다 시간이 많이 오래 걸리지만… 그래도 내가 가르쳐주고 도와주며 스스로 일할 수 있는 독립된 간호사를 만든다는 건 나 스스로도 뿌듯한 일인 것 같다.
또 한국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고 유연한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어 부담도 없기 때문에 거절하지 않는 것 같다. 업무에 대한 강도가 한국에 비해 말도 안 되게 적으니… 한국에서는 프리셉터 하면 매 shift마다 오버타임은 무조건이었는데, 미국에서는 프리셉터 한다고 오버타임 하는 경우도 거의 없고 한다고 해도 20분 정도?? 그리고 그것도 물론 다 시급으로 계산해서 준다.

나도 막상 미국에 오기 전에는 많은 걱정들을 했었는데 미국에 오는 한국 간호사들은 다른 간호사들보다 눈치도 빠르고 일도 잘하는데 프리셉터 기간과 과정까지 유동적이니 미국 병원 생활에 대해 절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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