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미국간호사로 살아남기

미국 간호사 근무 시 준비물!

얌얌외노자 2022. 6. 26. 08:24

 

미국 병원에서 일할 때는 스크럽을 입는데 대부분 그 스크럽에는 주머니가 굉장히 많다.

왜냐하면, 미국은 카트 같은 개념이 없기 때문에.

한국에서 일할 때는 팀별로 카트 같은 게 있어서 거기에 약도 다 들어있고, 차팅 할 수 있는 노트북이 달려 있는 경우도 있고, 알코올 솜, 토니켓, 셀라인, 반창고 등등등 모든 것이 거기 들어 있었다.

끌고 다니는 게 무겁기도 하고 환자 약을 카트에 시간대 별로 넣어야 하는 추가적인 업무들이 생기는 단점이 있긴 했지만 모든 물건이 거기 들어있는 나름대로의 장점도 있었던 것 같다.

근데 미국은 그런 카트가 없기에 모두 내 몸에 소지해야 한다. 왔다 갔다 하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그래서 내가 근무할 때 필요한 준비물들을 써보려고 한다.

명찰&반찬고

 

약을 꺼내기 위해서 또는 전산에 로그인하기 위해서 내 명찰이 필요하다.

전산 로그인을 컴퓨터에 연결된 작은 태그에 가져다가 대면 띠리릭 자동으로 로그인되기 때문에 매번 아이디와 비밀번호 입력할 필요가 없다.

다 사용하고 나서 다시 태그에 명찰을 대면 띠리릭 자동 로그아웃.

 

그리고 그 명찰 사이에 끼고 다니는 반창고.

여기는 채혈도 간호사가 아니라 Phlebotomy technician들이 하고, IV 잡을 때도 IV kit 안에 반창고와 거즈가 이미 들어있기에 반창고가 따로 많이 필요 없다.

주로 간호사들이 반창고 쓰는 경우는 채혈하거나 IV 빼고 지혈할 때 밴드 대신 사용하는 경우니까.

그래도 꼭 가끔 한 번씩 필요한데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기에는 거슬리고 명찰 사이에 끼고 다닌다.

​판떼기?

이것에 공식적인 이름이 무엇인지 모르겠음. 파일은 아닌 것 같고.. 난 주로 판 뜨기라고 부름.

 

파일
판떼기..?파일??

한국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전산을 보며 인수인계를 하고 중간중간 내가 필요한 것을 적는 방식으로 인계를 한다면, 미국은 환자 방에 들어가서 환자 앞에서 각자 페이퍼에 적어놓은 내용들을 전달하며 인수인계한다.

그래서 이름부터 진단명 과거력 등등을 모두 받아 적어야 하기에 인계받을 때 이 판때기가 꼭 필요함.

무언가에 받치고 적어야 하니까!

이런 것 보면 또 뭔가 미국이 더 구식인 것 같기도 하다.

각종 필기류 및 가위, 보드마카

 

한국에서는 예쁜 펜, 캐릭터 펜 이런 거 엄청 들고 다녔는데 여기서는 그냥 굴러다니는 펜 많이 쓴다.

쓰다가 어디다 두고 오고 어디다 뒀는지 모르기에 같은 색이어도 여러 개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

간호사라면 뭐 펜에 대한 욕심과 필요성은 ㅋㅋ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미국은 환자 병실마다 화이트보드가 있다.

그래서 거기에 shift 별로 담당 간호사 이름, 담당 CNA 이름, 그날 Charge nurse 등등 이름을 적어놓게 되어있다.

그 외에도 환자에 Diet, 담당 의사, 치료 계획, 환자가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등등을 shift마다 업데이트하게 되어있음.

적다 보니 이것도 조금 구식 같다... 한국은 듀티 바뀌면 자동으로 병동 앞에 담당간호사 이름 떴는데....

청진기

 

한국에서는 간호사로 일하면서 청진기 사용하는 일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혈압 재거나 아니면 NG tube 위치 확인할 때 정도?

미국은 Assessment 할 때 심음, 폐음, 장음 등을 청진하게 되어 있다.

뭐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사실 관련 과거력이 없는 환자에 경우 굳이 하나하나 다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관련 과거력이 없기에(다 정상음이기에) 아주 재빨리 청진할 수 있다.

그래서 사진 속에서 보는 미국 간호사들도 다 청진기를 목에 두르고 있다.

하지만 이 청진기가 은근 무거워서 내 목에 피로감을 엄청나게 주기에 나는 파일 속에 넣어놓고 필요할 때만 환자방에 들고 들어간다. 

셀라인 & 알콜패드

 

주로 간호 카트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인데 여기는 카트가 없기에 내 주머니에 다 넣고 다녀야 한다.

프리필드시린지-셀라인알콜패드
모두 일회용으로 되어있는 셀라인 및 알콜패드
 
 

그런데 지금 일하는 병원은 셀라인 시린지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지 말라고 함.

(아! 참고로 미국에서는 '세일리인' 이라고 발음함 ㅋㅋㅋ)

아니 그러면 환자 앞에 가서 필요할 때마다 Med room에 다시 와서 그걸 가지고 가라는 개소리인가...

 

한국에서는 20ml 셀라인을 시린지에 재서 사용했는데 여기는 시린지 안에 셀라인이 들어있는 상태로 나오기에 그럴 필요가 없어 아주 편하다.

하여튼 근무 시작할 때 환자 IV를 한 번씩은 다 flush 하기에 시작할 때는 환자 수보다 많게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그다음부터는 비상용으로 주머니에 하나만 넣어 논다.

알콜솜 같은 경우에는 아주 많이 사용하기에 시작하자마자 바지 주머니에 챙겨둠.

이 모든 것이 나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이고 시간을 아끼기 위한 점이라는 것!

제일 중요한 전화기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아도 가지고 다녀야만 하는 내 전화기....

내 담당 환자 관련된 일은 이 번호로 전화가 오기에 교대시간에 바쁘거나 전 애한테 전달 못 받으면 charge nurse 가 친절히 나를 찾아 내 손에 쥐여주고 감 ㅋㅋㅋㅋㅋ

있어서 편하지만 없었으면 좋겠는 근무 준비물.

 

 

쓰다 보니 생각보다 내 주머니에 들어있는 많은 것들(판때기 제외)....

처음에 와서는 간호 카트가 없어서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 또 여기 와서 일하다 보니 그냥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이 편한 것 같기도 하고..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 것 같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