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당탕탕 미국간호사로 살아남기

미국 간호사로 일하며 느낀 문화차이, 컬쳐쇼크 5 - 통증과 진통제

얌얌외노자 2022. 6. 23. 09:43

 

미국 와서 느낀 문화 차이 시리즈에 마지막을 뭘 쓸까 하다가 생각난 통증에 대한 문화 차이와 진통제 사용법.

무슨 논문 제목 같다 ㅋㅋㅋㅋㅋ

 

내가 생각하는 한국인의 통증 문화

 

그런데 이 부분이야말로 정말 가장 큰 문화 차이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기에 한국 같은 경우는 통증에 대해 참고 인내하는 문화인 것 같다.

수술을 했으니 이 정도는 아픈 게 당연하고, 어느 정도 아픈 건 약 먹고 참다가 참다가 병원에 가기도 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통증 사정 도구가 있는데, 통증이라는 것이 주관적인 요소이기에 이것을 조금 더 객관화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쉽다.

주로 0-10점 사이에 0은 하나도 안 아픈 것 10은 정말 죽을 듯이 아픈 정도, 이 사이에서 내가 느끼는 통증이 어느 정도인지 물어본다.

한국에서는 환자들이 10점이라고 하는 환자 거의 없다. 수술하고 와서도 7-8, 진짜 아파 보이는데도 9.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즉 문화)인 것 같기도 하다.

설문 조사할 때도 아주 싫음, 싫음, 보통, 좋음, 아주 좋음 등이 있으면 주로 가운데 영역에 싫음, 보통, 좋음을 주로 택한다고 어느 글에서 봤던 것 같다.

​내가 느낀 미국인의 통증 문화

우리는 우리에 대해서 잘 아니까 미국 얘기를 해보자.

진통제를 달라고 불러서 가면 통증 사정 도구를 이용해서 통증 점수를 먼저 물어보는데 주로 7, 8 이상이다.

10이라고 얘기하는 환자도 굉장히 많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엔 10점처럼 안 보이는데... (통증 자체가 주관적이기에 판단하지 말고 환자가 10이라고 하면 10이라고 기록하는 것이라고 배웠고 그렇게 하고 있지만, 나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할 수는 있으니까...^^)

어떻게 크래커 먹고 콜라 먹으며 통증 점수를 10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티비보고 웃으면서 통증 점수가 10인 것일까??

어떻게 그렇게 죽을 듯이 아픈데 진통제 가져오는 2-3분 사이에 잠이 들어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있는 것일까??

뭐 우선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면 그에 따른 진통제를 줘야 한다.

 

 

 
 

미국에서 주로 쓰는 진통제

 

그런데 이 진통제에 종류도 한국이랑 또 다름.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진통제가 모두 Opioid 계열에 약물이다. 쉽게 말해서 마약성 진통제.

Morphine

Hydromorphone - brand name인 dilaudid로 많이 사용(1mg dilaudid = 7.5mg Morphine, 즉 같은 용량 기준 몰핀에 7.5배 강력한 약)

Oxycodone - brand name Roxicodone으로 많이 사용

Hydrocodone/acetaminophen - brand name Norco로 많이 사용

한국에서 수술 후에 정말 극심한 진통이나 말기 암 환자들에게 주는 마약성 약물을 미국에서는 일반 통증을 위해 처방한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이 일반인이라면 내가 위에 적어놓은 약 이름 중 평생 처음 들어보는 약 이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 물론 기본 처방으로 tylenol 도 다 있다. 하지만 환자들이 타이레놀은 진통제로 생각도 않는다는 것...

타이레놀 먼저 주려고 하면 아 그거 말고 몰핀이나 록시(Roxicodone) or Norco 등 특정 약을 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처방이 많다 보니 당연히 마약성 진통제에 중독되어 있거나 의존도가 높은 환자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타이레놀 같은 약은 통증에 효과도 없고 그러니 또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의존도가 높아지고 중독되고..... 계속 악순환인 듯.

또 하나는 미국은 통증을 참을 필요 없다는 문화 때문인지 통증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느낌도 들지만 한국 사람인 나에게는 결국 이래서 마약중독자들이 많구나....로 결론 맺게 됨.

처음 미국 병원에서 일을 시작하고 있었던 에피소드

-환자 : 나 머리가 아픈데 진통제 좀 줘.
-얌얌간호사 : 알겠어 잠깐만 기다려!

처방을 확인해 보니 타이레놀은 없고 몰핀 2mg 있었음.

 

얌얌간호사 : (프리셉터에게) 환자가 머리 아프다는데

타이레놀이 없어, 의사한테 타이레놀 처방 달라고 연락할게.

프리셉터: 몰핀 있잖아 몰핀 줘.

얌얌간호사: 머리 아픈 거에 몰핀을 주라고???

프리셉터: 응 왜...???

 

머리 아픈 거에 마약성 진통제를 준다고는 생각도 못 하던 때라.... 너무 당황스러웠음.

그 프리셉터도 당황해하며 서로 이해 못 하고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 또 생겼다..ㅋㅋㅋㅋ

 

하여튼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엄살이 심하고, 마약성 진통제에 굉장히 관대한 미국이라는 나라가 나는 처음에도 신기했고 아직도 여전히 신기하다.

아직도 복통에 몰핀을 주면서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음.

통증을 더 잘 참는 것이 낫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마약성 진통제를 남발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꿀 수 없는 것이 미국 현실인 것 같다.

 

문화 차이 시리즈를 쓰면서 한국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로 벙 찌는 경우가 있었고, 미국이 굉장히 익숙한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와서 살아보지 못하면 느낄 수 없는 것들. 그런 것들을 위주로 적어보려고 노력했다.

미국 간호사를 준비하는 누군가에게는 미리 알고 있으면 조금 도움 될 수 있는 한국과 다른 미국의 문화.

그 누군가에게는 도움 되는 문화 차이, 컬처 쇼크 시리즈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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